D.사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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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정호승D.사소한 일상/시 2016. 3. 15. 13:07
결혼에 대하여정호승˚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 하라 ˚봄날 들녁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고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 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 쯤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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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beautiful even from the backD.사소한 일상/스케치 2015. 3. 17. 16:48
「 SHE BEAUTIFUL EVEN FROM THE B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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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편지D.사소한 일상/시 2014. 4. 11. 22:41
오늘이 오늘 같지가 않습니다. 진달래는 마음먹고 눈 주기 전에 사라지고 라일락 향도 열어 논 연구실 밑을 그냥 스쳐가고 신록도 안구(眼球) 몇 뼘 앞에서 계속 맴돕니다. 연못가에 영산홍이 가화(假花)처럼 낯설게 피어 있군요. 이번 주말엔 얼마 전 항구 일 치웠다는, 이십년 전에 들어가 본 서해안의 조그만 포구에 가겠습니다. 배들이 사라졌더라도 배 매던 자리는 남아있겠지요. 콘크리트 4발이를 얽어 만든 엉성한 방파제 앞 술집에서 바다가 숨을 죽일 때 쭈꾸미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 나와 밀물이 밀어오는 걸 보겠습니다. 조개, 게, 물새들이 뻘 위에 새겨 논 온갖 형상들이 물 맞고 풀어지는 것을 보겠습니다. 사라지기 직전까지만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평생을 허리 구부리고 보낸 할미꽃 막판에 꼿꼿이 서듯 느낌도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