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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B와 나는 꼭 5년의 연애를 했다. 연애 초반 B는 나에게 "혹시 결혼을 염두 하지 않은 연애라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때 내 나이 스물다섯. B의 나이 서른둘.
우리는 5년동안 종종 결혼생활과 우리에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정작 B는 우리 언제 결혼하자!!고 얘기하질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의 채근에 얼결에 상견례를 했다. 상견례가 2015년 1월. 양가 부모님들이 너희가 다 알아서 하려무나 하고 손을 떼시니 우리의 결혼은 진척이 없었다.
그맘때 B는 계속해서 우울해 했다. 결혼준비는 커녕 울적해하고 있는 B를 보니 이 남자와 결혼해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2015년 봄 나는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나는 헤어져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고, 이별 생각이 들때마다 눈물이 주룩 흘렀다. 사람이 힘들 때는 그 옆에 있어주는 거다. 하며 마음을 잡아봐도 그해 봄 빛은 찬란하고 아름답기만 하고, 나는 내내 슬펐다.
그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그는 내가 혼자 지내고 있는(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집을 신혼집으로 꾸며보자!! 라고 했고 우리는 여름내내 땀을 흘리며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를 들었다 놨다 했다.
집을 정리하면서 그는 우리집을 많이 드나 들었고, 아랫집 아주머니도 시장사람들도 내가 곧 결혼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불안하고 모든걸 미루고 싶었다. 이제와서 안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 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그의 책과 책장이 우리 집에 들어온 날. 그는 이제서야 이 집이 자신의 공간인 것 같다며 만족했지만 나는 그 짐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내가 모든것 그만두자 하면, 이 짐을 빼러 다시 차가 한번 와야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걸 무를 수 있을까??
9월쯤 B가 결혼식을 레스토랑에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예식장이 아닌 작은 카페나 야외, 전시회장 등등 우리의 결혼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끝이 없었으나 부모님과 어른들을 만족 시키려면 오신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중요 했기에 우린 레스토랑에서의 결혼을 준비했다. 날짜는 겨울이 오기전 11월 28일. (21과 28일 중 제비뽑기 해서 결정한 결혼 날짜였다.)
막상 결혼식을 2달 남겨두니 이사람에 대한 불안과 이 결혼이 괜찮을까? 하는 의문들은 사라지고, 오직 결혼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둘다 일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였다.
그때의 나는 B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나는 끌려 가기만 해도 되겠구나 싶은.
4개월째 접어든 신혼생활은 친구의 말대로 달콤하다.
이제와 지난 봄을 생각해보면 왜 그리 불안해하고, 안절부절했는지 모를 만큼. 행복에 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모아둔 돈 한푼 없이, 다니는 직장도 없이, 2달동안 준비한 결혼... 그리고 지금의 결혼생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 들을 가지고 있는지.. 하루하루 감사해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P.S. 혼자있고 싶어 떠나려 한 네팔여행에 동행을 자처하고 포카라 호수, 햇빛 반짝이는 물 위에서 "윤지야 나랑 결혼해줄래?"라고 말해준 B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