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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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J.여행/네팔 2017. 10. 28. 12:55
10월 28일 ⎯ B : 칭다오에서 하루 묵은 다음날, 여섯시 정각 까르푸 맞은편 버스 승강장 701번 버스 탑승. 류팅 공항 도착 후 쿤밍 행 에어버스 탑승. 프린트에 08시 출발이라고 잘못 기재 됨. 티켓은 보딩 06:50 이라고 적혀 있음. 주전부리 살 시간 없음. 조금은 늦게 하지만 자연스러운 탑승. J는 직원과의 소통 문제로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채 오빠를 찾았다. 불안해 하며. 내 쪽에선 삼 초만에 통과. 쿤밍 공항은 지나치게 크다. 면적으로는 인천공항에 버금가지 않을까. 걷기 지루함. 짐을 다시 받아들고(동방항공의 비효율성) 카트만두 행 티켓 수령 후 짐 부침. 공항 내 음식이 비싼 관계로 맥날을 선택. 의사소통 안됨. 먹다 햄버거 하나를 더 받았음을 알게됨. 다시 돌려줌. 후회함. 함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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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J.여행/네팔 2017. 10. 27. 04:40
10월 27일 ⎯B : 다소간의 불안함을(또는 설렘을) 안고 그래서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공항으로 출발. 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사뿐하다. 출발 시간보다 네 시간 여 빠른 수속에 당황한 동방항공 여직원. 한 시간 뒤에 오란다. 수화물에 배낭을 맡기는 것은 신경쓰이는 문제다. 잘 아주 잘 싸야한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여 온 몸을 수색 당한 뒤 들어서는 면세점. 비로소 의심에서 벗어나 시민의 권리를 누린다. 청도에 도착 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다 인포메이션에 물음. 단호한 그녀 차표를 끊어 준다. 701번 버스를 타고 기사님의 도움을 받아 난징로드 어딘가에 내림. 옌옌이 아니었다면 우린 한참을 고생했을 것. ⎯J : 아침 일곱시 목욕탕. 한국에서 마지막 분식을 먹고 짐을 꾸려 공항으로 향한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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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정호승D.사소한 일상/시 2016. 3. 15. 13:07
결혼에 대하여정호승˚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 하라 ˚봄날 들녁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고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 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 쯤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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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시작W.웨딩/단상 2016. 3. 15. 12:40
결혼.B와 나는 꼭 5년의 연애를 했다. 연애 초반 B는 나에게 "혹시 결혼을 염두 하지 않은 연애라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때 내 나이 스물다섯. B의 나이 서른둘.우리는 5년동안 종종 결혼생활과 우리에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정작 B는 우리 언제 결혼하자!!고 얘기하질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의 채근에 얼결에 상견례를 했다. 상견례가 2015년 1월. 양가 부모님들이 너희가 다 알아서 하려무나 하고 손을 떼시니 우리의 결혼은 진척이 없었다. 그맘때 B는 계속해서 우울해 했다. 결혼준비는 커녕 울적해하고 있는 B를 보니 이 남자와 결혼해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2015년 봄 나는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나는 헤어져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고, 이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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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beautiful even from the backD.사소한 일상/스케치 2015. 3. 17. 16:48
「 SHE BEAUTIFUL EVEN FROM THE B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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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편지D.사소한 일상/시 2014. 4. 11. 22:41
오늘이 오늘 같지가 않습니다. 진달래는 마음먹고 눈 주기 전에 사라지고 라일락 향도 열어 논 연구실 밑을 그냥 스쳐가고 신록도 안구(眼球) 몇 뼘 앞에서 계속 맴돕니다. 연못가에 영산홍이 가화(假花)처럼 낯설게 피어 있군요. 이번 주말엔 얼마 전 항구 일 치웠다는, 이십년 전에 들어가 본 서해안의 조그만 포구에 가겠습니다. 배들이 사라졌더라도 배 매던 자리는 남아있겠지요. 콘크리트 4발이를 얽어 만든 엉성한 방파제 앞 술집에서 바다가 숨을 죽일 때 쭈꾸미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 나와 밀물이 밀어오는 걸 보겠습니다. 조개, 게, 물새들이 뻘 위에 새겨 논 온갖 형상들이 물 맞고 풀어지는 것을 보겠습니다. 사라지기 직전까지만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평생을 허리 구부리고 보낸 할미꽃 막판에 꼿꼿이 서듯 느낌도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