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3일─ 시누와에서 지누단다까지. 어렵지 않은 길. 하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 촘롱을 들러 스틱을 찾고 볕을 쬐며 앉아있다. 비싼 트래킹 팀을 또 만났다. 짐을 들지 않는 건 등산에 집중하기 위함인 건가. 역시 호화로운 점심을 먹는다. 지누에 도착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널고 '핫스프링'으로 온천욕을 하러 간다. 삼십분 거리. 불편한 온천. 시끄러운 중국인. 올라와 밥을 먹다. 치킨 프라이드 샐러드와 에그 오믈렛 그리고 맥주. 윤지와 한 침대에 누워 시를 읽는다.
2014년 11월 12일 ─ 최악의 컨디션. ABC에서 시누와까지. 토할뻔. 히말라야 롯지에서는 식탁에 누워 잠시 졸았다. 전날 먹은 다이아맥스의 부작용인가. 머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얼굴과 손이 저린다. 냄새에 민감해져 음식이 역하다. (응 부작용 맞아) 여전히 뜨거운 샤워의 기대는 무너졌다. 억지로 씻은 후 덜덜 떨며 돌아와 몸을 뉘였다. 윤지가 물을 끓여 보온주머니를 안겨준다. 내가 기운 없으니 윤지가 바빠졌다. 윤지가 주는 육포 몇 조각을 씹으며 잠을 청한다.
2014년 11월 11일 ─ 히말라야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여섯 시간여. 탄성.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MBC의 피자는 나름 괜찮았다 오호─ . 올라오니 혜초 팀이 보임. 우리 행색을 보시곤 놀라는 대장. 유쾌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안아주신다. 다른 분들과도 악수. 후 함께 단체사진(은 못받음). 멋진 분들이다. 숙소는 만실이다. 우리는 10인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수용소도 아니고 차라리 식당에서 잘 걸. (후회) 북적이는 사람들, 지저분한 숙소, 추운 날씨. 난방은 커녕 온수도 안나옴. 기분 나빠짐. 사우나에 몸을 담그고 싶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당장 시누와로 내려간다고 합의. 속이 좋지 않아 소화제와 다이아녹스 한 알을 섭취. 왜 한알을 다 먹었지? (다시 후회) 누워서 말씀 ..
2014년 11월 10일 ─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세수. 밥을 먹고 마르지 않은 옷가지를 배낭에 매단 채 여섯 시간의 트래킹을 감행. 촘롱에서 히말라야까지. 처음엔 속도를 내어 달렸는데 오후엔 너무 힘이 들어 짜증이 다 난다. 계단이 싫어진다. 방은 비좁고 더럽고 불이 안들어오고 춥다. 젠장. 아무리 열악한 고도라지만… 구미가 고향이신 아주머닐 만남. 혼자 오심. 어제 그루브 댄스를 선보인 외국인 여자와 대화. 이름은 니콜. 독일인. 6개월을 계획한 여행. 얼굴이 마치 천사같다. 는 윤지의 표현. 평화로운 얼굴이다. 프랑스에서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드림. 갑자기 구미에서 혼자 오셨다는 아주머니가 끼어든다. 오늘 처음 본 사인데 굳이? 셋이 함께 찍은 어색한 사진이라..
2014년 11월 9일 ⎯B : 추일레에서 출발 촘롱 도착. 일찍 출발해 12:10분 경 뉴해븐스 롯지에 도착. 한국 분들이 오셔서 반갑게 인사. 그들은 혜초(?) 여행사를 이용하여 온 귀족 여행객이었음. 요리사를 동행하고 오신 그들. 함께 밥을 먹자고 권유. 와우. 정말 근사한 밥상이 차려졌다. 감동. 맛있게 먹고 대화를 나누다. 빨래할 생각에 조급해짐. 그들을 보낸 후 빨래를 하고 널었으나 마르지 않음. 곤욕. 한국에서 삼 년여 동안 일하셔서 한국말을 곧잘 하시는 롯지 사장님. 김치볶음밥이 맛있다고 하셨으나 그닥. ㅡ J : 추일레 8:00-촘롱 12:30아침에 일어나니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B의 보살핌 덕. B는 세수를 하고, 난 클렌징 티슈로 대강 세수를 대신한다. 어제만난 전라도 부자는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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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정호승˚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 하라 ˚봄날 들녁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고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 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 쯤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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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편지
오늘이 오늘 같지가 않습니다. 진달래는 마음먹고 눈 주기 전에 사라지고 라일락 향도 열어 논 연구실 밑을 그냥 스쳐가고 신록도 안구(眼球) 몇 뼘 앞에서 계속 맴돕니다. 연못가에 영산홍이 가화(假花)처럼 낯설게 피어 있군요. 이번 주말엔 얼마 전 항구 일 치웠다는, 이십년 전에 들어가 본 서해안의 조그만 포구에 가겠습니다. 배들이 사라졌더라도 배 매던 자리는 남아있겠지요. 콘크리트 4발이를 얽어 만든 엉성한 방파제 앞 술집에서 바다가 숨을 죽일 때 쭈꾸미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 나와 밀물이 밀어오는 걸 보겠습니다. 조개, 게, 물새들이 뻘 위에 새겨 논 온갖 형상들이 물 맞고 풀어지는 것을 보겠습니다. 사라지기 직전까지만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평생을 허리 구부리고 보낸 할미꽃 막판에 꼿꼿이 서듯 느낌도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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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º 안나푸르나 트래킹 8일차네팔 2020.02.26 21:48
2014년 11월 13일─ 시누와에서 지누단다까지. 어렵지 않은 길. 하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 촘롱을 들러 스틱을 찾고 볕을 쬐며 앉아있다. 비싼 트래킹 팀을 또 만났다. 짐을 들지 않는 건 등산에 집중하기 위함인 건가. 역시 호화로운 점심을 먹는다. 지누에 도착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널고 '핫스프링'으로 온천욕을 하러 간다. 삼십분 거리. 불편한 온천. 시끄러운 중국인. 올라와 밥을 먹다. 치킨 프라이드 샐러드와 에그 오믈렛 그리고 맥주. 윤지와 한 침대에 누워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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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차 º 안나푸르나 트래킹 7일차J.여행 2020.02.26 21:34
2014년 11월 12일 ─ 최악의 컨디션. ABC에서 시누와까지. 토할뻔. 히말라야 롯지에서는 식탁에 누워 잠시 졸았다. 전날 먹은 다이아맥스의 부작용인가. 머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얼굴과 손이 저린다. 냄새에 민감해져 음식이 역하다. (응 부작용 맞아) 여전히 뜨거운 샤워의 기대는 무너졌다. 억지로 씻은 후 덜덜 떨며 돌아와 몸을 뉘였다. 윤지가 물을 끓여 보온주머니를 안겨준다. 내가 기운 없으니 윤지가 바빠졌다. 윤지가 주는 육포 몇 조각을 씹으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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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차 º 안나푸르나 트래킹 6일차네팔 2020.02.26 21:10
2014년 11월 11일 ─ 히말라야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여섯 시간여. 탄성.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MBC의 피자는 나름 괜찮았다 오호─ . 올라오니 혜초 팀이 보임. 우리 행색을 보시곤 놀라는 대장. 유쾌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안아주신다. 다른 분들과도 악수. 후 함께 단체사진(은 못받음). 멋진 분들이다. 숙소는 만실이다. 우리는 10인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수용소도 아니고 차라리 식당에서 잘 걸. (후회) 북적이는 사람들, 지저분한 숙소, 추운 날씨. 난방은 커녕 온수도 안나옴. 기분 나빠짐. 사우나에 몸을 담그고 싶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당장 시누와로 내려간다고 합의. 속이 좋지 않아 소화제와 다이아녹스 한 알을 섭취. 왜 한알을 다 먹었지? (다시 후회) 누워서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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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º 안나푸르나 트래킹 5일차네팔 2020.02.26 20:47
2014년 11월 10일 ─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세수. 밥을 먹고 마르지 않은 옷가지를 배낭에 매단 채 여섯 시간의 트래킹을 감행. 촘롱에서 히말라야까지. 처음엔 속도를 내어 달렸는데 오후엔 너무 힘이 들어 짜증이 다 난다. 계단이 싫어진다. 방은 비좁고 더럽고 불이 안들어오고 춥다. 젠장. 아무리 열악한 고도라지만… 구미가 고향이신 아주머닐 만남. 혼자 오심. 어제 그루브 댄스를 선보인 외국인 여자와 대화. 이름은 니콜. 독일인. 6개월을 계획한 여행. 얼굴이 마치 천사같다. 는 윤지의 표현. 평화로운 얼굴이다. 프랑스에서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드림. 갑자기 구미에서 혼자 오셨다는 아주머니가 끼어든다. 오늘 처음 본 사인데 굳이? 셋이 함께 찍은 어색한 사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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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차 ˚ 안나푸르나 트래킹 4일차네팔 2017.11.27 07:32
2014년 11월 9일 ⎯B : 추일레에서 출발 촘롱 도착. 일찍 출발해 12:10분 경 뉴해븐스 롯지에 도착. 한국 분들이 오셔서 반갑게 인사. 그들은 혜초(?) 여행사를 이용하여 온 귀족 여행객이었음. 요리사를 동행하고 오신 그들. 함께 밥을 먹자고 권유. 와우. 정말 근사한 밥상이 차려졌다. 감동. 맛있게 먹고 대화를 나누다. 빨래할 생각에 조급해짐. 그들을 보낸 후 빨래를 하고 널었으나 마르지 않음. 곤욕. 한국에서 삼 년여 동안 일하셔서 한국말을 곧잘 하시는 롯지 사장님. 김치볶음밥이 맛있다고 하셨으나 그닥. ㅡ J : 추일레 8:00-촘롱 12:30아침에 일어나니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B의 보살핌 덕. B는 세수를 하고, 난 클렌징 티슈로 대강 세수를 대신한다. 어제만난 전라도 부자는 또 ..